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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는 이야기

고정된 틀을 거부하는 치토세 아베의 사카이 우먼

V 어릴 때부터 패션 디자이너가 꿈이었나?

CA 초등학교 5학년 무렵 어느 일본 디자이너가 TV 광고에 나온 것을 보고 패션 디자이너라는 직업을 처음 알았다. 막연하게 옷을 좋아하긴 했지만, 패션 디자이너란 직업을 알게 된 순간부터 디자이너가 되고 싶었다고 해두자. '리카짱(일본 바비 인형)'에게 옷을 만들어주며 꿈을 키웠다.

 

V 당신의 패션 커리어가 궁금하다.

CA 커리어의 입문은 일본의 패션 회사 '월드'였다. 그 시기에 사회인으로서의 기본을 배웠다. 상사가 한 개를 던져주면 어떻게 하면 내가 열 개의 결과를 낼 수 있을까. 이 사람은 무슨 생각으로 나에게 이런 일을 지시했을까에 대해 고민했다. 월드에서는 주로 영감을 주는 이미지를 스크랩했지만 꼼 데 가르송에 들어가자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이미지를 만들어내야 했다. 꼼데가르송은 창의성을 중시하는 회사였기에무'의 상태에서 무언가를 만들어야 했다. 월드와 꼼데가르송 두 회사에서 일한 것. 이 지금의 브랜드를 시작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V 어떻게 사카이를 시작하게 됐나?

CA 꼼데가르송에서 일하는 게 즐겁고 행복했지만 늘 나만의 것, 독특하면서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고 싶었다. 꼼데가르송에서 8년 동안 일하다가 결혼과 출산으로 일을 그만뒀지만 출산 후 내가 입고 싶은 옷을 만들고자 하는 욕구는 더 강해졌다. 그래서 아이를 키우면서 수작업으로 만들 수 있는 니트 아이템 위주의 소규모 브랜드로 사카이를 론칭했고 시작은 단 다섯 벌이었다. 내가 만들고자 한 것은 콘셉트 추얼한 옷이 아니라 충분히 실용적인 동시에 일상에서 즐길 수 있는 옷이었다. 정의하자면 독특함과 새로움으로 완성되어가는 여성복 정도.

 

V 브랜드 이름은 무슨 뜻인가?

CA 결혼 전의 성이 사카이다. 사실 'Sakai'지만 'Sacai'로 살짝 바꿨다. 브랜드 이름을 아베가 아닌 사카이로 정한 이유는 나 자신을 지나치게 내세 우고 싶지 않아서다. 사카이는 하나의 팀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V 꼼데가르송에서의 경험이 디자인이나 브랜드 운영에 영향을 주는가?

CA 레이 가와쿠 보와 준야 와타나베는 나의 영원한 스승이다. 꼼데가르송에서 일하는 동안 디자이너의 존재 가치는 독창성에 있다는 사실을 확실히 배웠다. 사카이 외에 다른 곳에서는 절대 찾아볼 수 없는 컬렉션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 말이다. 또 디자이너의 역할은 옷을 디자인하는 것뿐 아니라 브랜드의 이미지를 디자인해야 하는 것임을 깨달았다. 사카이의 스타일은 몸 데가르송과는 많이 다르다. 하지만 매 시즌 새롭고 창의적인 시도를 해야 한다는 점에서 는 준야 와타나베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다.

 

V 어릴 때부터 꼼데가르송의 아방가르드한 의상을 즐겨 입어 엄마가 함께 외출하는 것을 싫어했다고 들었다.

CA 17세 때 인어 공주를 연상케 하는 롱스커트를 직접 만든 적이 있다. 안쪽에 프릴이 잔뜩 달려 있었다. 그 스커트를 입고 엄마와 함께 걸어가면 사람들이 쳐다본다고 무척 싫어하셨다. 요즘도 함께 다니는 것을 약간 꺼리신다.

 

V 일본 디자이너라는 정체성이 디자인에 발현된다고 생각하나?

CA 일본적인 것을 정의 하는 건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사카이의 옷에는 보이는 것 이상으로 일본적인 개념이 담겨 있다. 일본인들은 아침에 옷을 입으면 저녁까지 갈아입지 않는다. 저녁에 파티가 있 다고 해서 도중에 화려한 옷으로 갈아입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 그래서 회사뿐 아니라 과티에도 어울릴 옷이 필요하다. 앞면은 무난한 패턴이지만 뒷면에는 화려한 디테일이 있어 파티에서 도드라질 만한 옷 말이다. 이런 발상 자체가 일본적인 거라고 생각한다.

 

V 아시아뿐 아니라 유럽, 미주 여성들도 사카이 옷을 좋아한다. 인기 비결이 무엇이라 생각하나?

CA 내 웃옷은 실험적이지만 충분히 웨어러 블하며 여성스럽다. 작은 아이템으로 스타일 감각을 뽐내기 좋다고들 얘기한다. 물론 합리적인 가격대도 인기 비결 아닐까?

V 단기간에 사카이 스타일을 패션계에 각인시켰다.

CA 패션계에서 보기에는 단 및 시즌 이지만 사실 사카이는 15년 된 브랜드다. 처음 세 시즌 정도는 과연 내가 입고 싶은 옷은 뭔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며 '감으로 컬렉션을 완성했다. 네 번째 시즌부터 내가 아주 기본적인 아이템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니트, 셔츠, 트렌치 등등하지만 이런 기본 아이템을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 특별한 아이템으로 변신시키는 게 관건이었다. 그러다 보니 흔히 말하는 사카이 스타일, 가령 앞뒤와 안팎에 반전있거나 혹은 여러 소재의 패치워크 등으로 굳어졌다

 

V 복잡한 옷이 꽤 많은데 스케치를 직접 하나?

CA 사실 그림 그리는데는 재주가 없어서 남들이 보면 비웃을까 봐 아주 작게 스케치를 한다. 15년 전부터 사용해온 스케치 전용 종이가 있는데, 줄 그어진 방식이 마음에 들어 계속 복사해서 쓰고 있다. 옷을 보면 알 겠지만 재단이 무척 복잡하다. 스케치 하고 원단 고르는 과정에서 재단사와 끊임없이 상의를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매 시즌 테마를 정하는 일이다. 물론 시즌마다 특별 한 테마를 내세운 적은 없지만 마음속으로는 늘 한 가지를 정한 후 시작한다.

 

V 남성복도 시작했다.

CA 여성복은 100% 내가 입고 싶은 옷을 만들면 되지만 남성복은 그럴 수 없어서 힘들었다. 하지만 여러 소재를 조화시키는 기본 아이디어는 여성복과 흡사하다.. 사실 디자인할 때 특정인을 상상하거나 이미지화하지는 않는다. 사카이 옷을 입고 기분이 좋아질 수 있다면 누가 입어도 상관없다.

 

V 당신은 어떤 옷을 입으면 기분이 좋아지나?

CA 솔직히 말하면 내 옷장에는 사카이와 사카이 럭밖에 없다. 참고로 사카이 럭은 란제리 라인으로 시작, 캐주얼한 아이템을 추가하고 확장해 세컨드 라인으로 독립시켰다. 빈티지 티셔츠나 스웨터, 반스 스니커즈를 제외 하곤 내가 직접 만든 옷만 입는다.

 

V 일하지 않을 땐 뭘 하며 시간을 보내나?

CA 아직은 일이 너무 좋아서 일요일이 싫을 정도다. 휴일에 집에서 쉬는 동안에도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월요일이 되자마자 디자인팀 에 마구 쏟아내기 때문에 스태프들이 당황하곤 한다

 

V 당신의 소원은 무엇인가?

CA 좀더 많은 사람들이 사카이를 좋아하고 즐겨 입어줬으면 한다. 먼 훗날, 치토세 아베는 잊히더라도 사카이는 영원히 기억되길 바란다.

 

V 앞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스타일이 있다면?

CA 지금 일하는 방식을 계속 고수하고 싶다. 나는 아방가르드한 디자이너가 아니다. 솔직하고 우아한 옷을 만들고 싶은 디자이너다. 앞으로 내가 사카이에서 하게 될 것도 바로 그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