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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는 이야기

미니멀 패션의 절정을 보여주는 만토니 바카렐로와의 인터뷰

V 모델 애냐 루빅은 '바카렐로 걸' 이미지가 아주 강하다.

AV 그녀는 내 상상 속 바카렐로 걸과 거의 일치한다. 우리는 2011년에 친구의 디너파티에서 처음 만났다. 우연히 함께 대화하다 보니, 음악, 미술, 문화 등의 관심사가 같다는 걸 알게 됐다. 아주 잘 통한다는 사실을 단박에 알 수 있었다. 그날 이후 단순히 디자이너와 모델 관계를 넘어 절친으로 지내고 있다. 이번 광고 촬영을 위해 이네즈 운 비누드를 소개해준 것도 바로 그녀다!

V 애냐 루빅이 당신의 뮤즈인가?

AV 애니를 비롯한 주위 친구들 모두가 나의 뮤즈다. 나는 늘 실존 인물을 상상하며 디자인한다. 스크린 속의 특별한 셀러브리티가 아닌, 내 주변 의 '리얼 걸'들로부터 영감을 얻는다. 물론 셀러브리티들이 내 드레스를 입을 때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친한 사이가 아니면 완벽하게 어울리는 드레스를 추천하기 어렵다는 게 내 생각이다. 나의 컬렉션은 뉴욕, 파리를 비롯해 활기찬 도시의 거리에서 마주칠 수 있는 '시티 걸'들을 위한 옷이다.

V 시티 걸들은 어떤 일상을 누릴까?

AV 아침에 눈 뜨자마자 부지런히 움직이는 여성! 침대에 누워 빈둥거리며 시간을 보내지 않고, 곧장 샤워한 뒤 일을 시작하는 여성이다. 게으르고 매사에 불평불만을 늘어놓는 여자는 절대 아니다!

V 당신은 "여자는 여름휴가 때 가장 아름답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AV 첫 컬렉션부터 지속적으로 추구하는 근본적인 아이디어다. 여름휴가 중에는 모든 걱정을 뒤로하고 심신의 안정을 취하기 때문에 가장 아름다울 수밖에 없다. 2014 F/W2015 S/S 시즌에는 휴가를 즐기는 여성이라는 기본 아이디어에 좀 더 스포티하고 실용적인 옷을 더했다.

 

V 당신의 컬렉션은 멋지지만 평소에 입기는 좀 어렵다는 평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AV 고백하자면 한두 개의 주요 리뷰를 읽긴 하지만 크게 영향을 받진 않는다. 언론의 평가나 판매 실적에 연연하지 않고 그저 내가 원하는 디자인에 집중한다. 물론 몇 시즌 전까지 내 컬렉션이 슬릿 드레스 일색이었던 건 나도 인정한다. 하지만 이제는 여자들이 일상에서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재킷과 셔츠, 팬츠 등도 만들고 있다. 나의 여성상은 그대로지만 이런 옷은 스타일링에 따라 얼마든지 다르게 연출할 수 있다.

 

V 관능미와 천박한 노출은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AV 사실 그 경계는 무척 희미하다. 내 관점에서 해석하자면 옷차림보다 입는 사람의 태도에 따라 결정된다고 본다. 이를테면 2012년 메트로폴리탄 갈라 파티에서 애냐가 입었던 슬릿 드레스의 경우 만들 때만 해도 그토록 큰 파장을 일으킬 거라곤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애냐가 워낙 멋지게 소화했기에 모두의 관심을 받은 게 아닐까?

 

V 본격적으로 큰 관심을 받기 시작한 게 바로 그 드레스 이후부터다.

AV 그렇다. 하지만 그날 이전이든 이후든 우리 디자인팀은 늘 같은 마음과 태도로 일하고 있다. 데뷔 컬렉션 부터 변함없는 팀원들이다. 아주 소규모지만, 우리는 서로를 무척 잘 알고 또 매 시즌 우리가 하고 싶은 일을 진행할 뿐이다.

 

V 도나텔라 베르사체의 베르수스 협업 제안을 받아들인 이유는 무엇인가?

AV 내게 도나 텔라는 록 스타다! 내가 패션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도 베르사체가 상징하는 강렬한 여성 상, 헬무트 뉴튼과 함께 만든 강한 이미지 덕분이다. 도나텔라와 작업한다는 것 자체가 나 의 우상과 함께하는 거다. 정말이지 거절할수 없었다.

 

V 보디컨셔스 드레스로 이뤄진 베르수스 컬렉션은 전형적인 베르사체인 동시에 바카렐로 적이었다.

AV 준비 과정에서 베르사체와 베르수스의 모든 아카이브를 직접 볼 수 있었다. 어린 시절, 디자이너의 꿈을 키우며 사진으로만 접하던 룩이 눈앞에 펼쳐져서 정신이 혼미했다. 난 이 멋진 컬렉션을 좀 더 동시대적으로 해석하고 싶었다. 지금은 모두가 70년대에 빠져 있지만, 오히려 90년대 스타일로 표현하길 원했다.

 

V 자신의 브랜드를 론칭하기 전 펜디에서 일한 적이 있다.

AV 졸업하자마자 펜디에서 일을 시작했다. 물론 대규모 디자인팀이 이끄는 작업 과정과 지금 우리 팀의 작업 과정은 아 주 많이 다르다. 그곳에서 라거펠트로부터 상업적인 부분과 브랜드를 이끄는 것에 대해 많이 배웠다.

 

V 당신의 디자인팀은 어떤 식으로 운영되나?

AV 고작 네 명뿐이다. 매 시즌 하나의 아이 디어를 정한 뒤, 마네킹에 옷감으로 이런저런 시도를 해보면서 실루엣을 찾아낸다. 스케치 하기보다 입체재단을 다양하게 시도하는 편이다.

 

V 평소에 당신은 어떤 옷을 입나?

AV APC, 아크네 스튜디오를 자주 입는다. 또 헬무트 랭 셔츠, 그리고 90년대 후반부터 모은 셀 수 없이 많은 티셔츠 등등 전부 무척 아끼는 옷이라 어머니가 세탁하기 전에 늘 내게 세탁 방법을 물어보곤 했다.

V 랭의 이름이 언급됐는데, 혹시 헬무트 랭이 당신의 롤모델인가?

AV 헬무트 랭과 아제딘 알라이아 그리고 지아니 베르사체! 내게 끝없이 영감을 주는 거장들이다.

V 다른 디자이너들은 하나의 컬렉션이 끝나자마자 다음 컬렉션을 떠올리곤 하는데, 다음 컬렉션을 위해 뭘 생각하고 있나?

AV 아무것도 이제 막 하나의 컬렉션을 끝냈는데 다음 컬렉션까지 생각하고 있어야 한다면 너무 가혹하다. 디자이너들이 다음 컬렉션 구상에 들 어갔다고 거짓말, 그럴리가 없다!!

 

V 그렇다면 조금 먼 미래의 계획은?

AV 이미 이룬 것에 만족한다. 매일 아침 일어나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더없이 행복하다. 특별히 목표를 세운 뒤 이걸 이루기 위해 노력하기보다 그저 매일 내가 하고 싶은 일에 충실하며 한 단계 한 단계 전진하며 발전하는 게 중요하다. 지금으로서는 나 자신을 표현할 방법이 패션뿐 패션을 통해 내 얘기를 들려줄 수 있어서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