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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상류사회의 자존심을 상징하는 캐롤리나 헤레라 모녀

 

V 어떻게 디자이너가 됐다?

CH 1981년 마흔두 살에 패션 디자이너로 데뷔하기 전까지 나 는 패전을 즐기기만 했다.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 디자이너들의 고객이었다. 내가 원하는 전 정확히 알고 있었지만 다른 여자들에 대해서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난 인테리어용 원단 브랜드를 론칭할 생각으로 당시 미국 <보그> 편집장이었던 다이애나 브릴랜드에게 조언을 구했고 그녀는 그건 지루하니 패션을 하라고 내게 말했다.

 

V 모녀가 함께 일하게 된 계기는?

CHB 원래 영화감독을 꿈꾸며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있었는데 어느 날 어머니가 새 향수 론칭을 도와달라고 제안했다. 향수 개발팀 인턴으로 출 발했다. 그때 만든 것이 바로 '212' 라인이다. 212는 뉴욕에서 영감을 얻은 향수다. 뉴욕에 사는 서로 다른 세대의 여성을 대변하는 향을 만들기 위해 딸에게 도움을 청했다.

CHB 한동안 영화 일도 병행했지만 두 가지 모두를 해내며 세 아이의 엄마 역할까지 하는 건 너무 벅찼다. 결국 영화 대신 패션을 선택했다. 2002년 론칭한 CH 캐롤리나 헤레라 걸 핵션은 향수의 연장 선상에서 탄생했다.

 

V 어머니가 디자이너긴 하지만 갑자기 패션 디자인에 뛰어든 셈이다.

CHB 사실 어머니가 이끄는 디자인팀이 함께하기에 그렇게 대단한 일을 하는 것은 아니다. 오랜 시간을 들어 수없이 많은 조합을 시도하고, 그럼에도 성공과 실패를 짐작조차 할 수 없는 향수에 비하면 초개 통리나 에레라 컬렉션 준비 과정은 오히려 수월한 편이다. 향수를 만들 때는 전적으로 본능에 의존하지만 패션은 트렌드와 비즈니스를 고려하면 되니까

CH 캐롤리나가 겸손한 것뿐이다. 그녀는 향수와 의상 컬렉션 두 가지 모두 훌륭히 잘 해내고 있다

V 두 사람이 함께 일하는 만큼 장단점이 있을 것 같다.

CH 장점만 있다. 작은 딸 패트리 사도 함께 일하는데 두 팔 모두 솔직하고 객관적인 의견을 들려주기에 내게 큰 도움이 된 다.

CHB 투우사 출신 남편과 함께 스페인에서 지내는데, 일을 핑계로 어머니를 자주 빌 수 있어 좋다.

CH 캐롤리나 헤레라 컬렉션만큼은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자유롭게 디자인한 다. 하지만 어머니가 일하는 모습을 지켜보면 배울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V 어린 시절부터 어머니가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영향을 받았을 것 같다.

CHB 사실 내게는 그저 늘 따뜻한 어머니였다. 패션 하우스를 이끄는 카리스마 넘치는 디자이너라고 느껴본 적은 많지 않다. 그렇지만 아마도 무의식적으로 많은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V 캐롤리나 헤레라 컬렉션과 CH 캐롤리나 헤레라는 어떤 관계인가?

CH 모녀 관계는 아 니다. 나이 차가 나는 자매쯤 된다. 다만 CH 캐롤리나 헤레라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슈즈, 가방까지 모든 아이템을 구비하고 있다. 캐롤리나 헤레라는 좀 절제되고 우아하며 섬세하다. 그러나 양적으로 차이가 나지 않고 타깃이 다를 뿐이다.

CHB 두 컬렉션 모두 캐롤리나 헤레라의 여성상을 충실히 담는다는 점에서는 다르지 않다.

 

V 1980년 첫 컬렉션 이후 30여 년이 지났다. 끝없는 열정의 원천은 무엇인가?

CH 한순간 도 패션을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다. 패션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나는 호기심이 많기에 늘 패션이 궁금할 수밖에 없다. 내게 영감을 주는 것은 셀 수 없이 많다. 미술품, 히차콕 영 화, 만 레이의 사진 등 13세 무렵부터 할머니와 함께 파리 발렌시아가 쇼를 보러 다녔지만 솔직히 당시에는 말과 강아지에 더 관심이 많았다. 하지만 아름다운 꾸뛰르 쇼를 본 기억 은 아직도 생생하다. 당시에 본 모든 것이 내겐 영감의 원천이 된다.

 

V 당신이 꼽은 최고의 패션 아이콘은?

CH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 물론 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나 르네 젤위거 같은 이들도 환상적이지만 9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대중 앞에 서 자신의 모습을 꾸준히 지켜나가는 건 정말 멋있다. 난 무언가를 꾸준히 지켜내는 것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V 캐롤리나 헤레라 레이디는 어떤 모습인가?

CH 아주 세련되고 섬세하며 우아한, 그러면서도 활동적인 여성이다. 나는 아이들을 키우면서도 쉬지 않고 컬렉션을 발표했다. 작업할 때는 늘 열정적인 여성을 상상한다.

 

V 당신은 우아함을 어떻게 정의하나?

CH 엄청나게 많은 돈을 들여도 우아할 순 없다. 엘 리자베스 테일러처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도 우아하진 않았다. 움직이는 방식. 웃는 방식, 말하는 방식, 집을 꾸미는 방식, 관심사, 읽는 책의 종류 등이 모든 것이 당신을 우아한 사람을 만들어준다.

 

V 80년대와 비교했을 때 요즘 패션계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무엇인가?

CH 모두가 인스타그램과 스냅젯으로 패션을 접할 필요가 있을까? 물론 그것이 패션을 즐기는 동시대 적인 방식이긴 하지만 패션에 대한 미스터리는 사라진 것 같다.

 

V 유명인이 캐롤리나 헤레라 옷을 입은 사진이 널리 퍼지면 더 많은 사람들이 그 옷을 사고 싶어 하지 않나?

CH 요즘은 오히려 반대다. 유명인이 입으면 주문을 취소하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팝 스타가 입었다고 해서 그 옷을 사고 싶어 하는 건 좀 이상한 일 아닌가?

 

V 그것이 요즘 패션계의 마케팅 방식이다.

CH 물론 그렇다. 우리도 하우스 오브 헤레라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운영 중이니까. 고객들에게 우리 세상을 보여줄 수 있는 하나의 창구 다. 그렇지만 내 개인 계정을 만들지는 않았다. 사람들에게 내가 먹는 음식까지 알릴 필요 가 있을까? 나는 혼자서 센트럴 파크를 산책하는 시간이 가장 소중하다. 오늘날 가장 소 중한 건 고요함이다. 소란스러운 소음을 피해야만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각할 수 있다.

V 당신에게 뉴욕은 어떤 곳인가?

CH 아주 어릴 적부터 뉴욕에서 살았지만 여전히 흥미진 진한 곳이다. 수많은 곳을 다녀봤지만 가장 좋아하는 도시는 단연 뉴욕이다. 브랜드를 시작할 무렵에는 지금보다 훨씬 과장된 모습이었지만 당시나 지금이나 뉴욕을 사랑한다.

V 시간이 흐르고 유행이 변하면서 당신의 개인 스타일도 달라졌나?

CH 얼마 전 론칭한 화이트 셔츠 컬렉션을 통해 눈치챘겠지만 나는 수십 년 동안 간결하고 산뜻한 흰색 셔츠의 매력에 푹 빠져 있었다. 그리고 여전히 흰색 셔츠를 사랑한다. 여기에 멋진 하이힐 한 켤레면 충분하다. 주로 캐롤리나 헤레라 옷을 입지만 생 로랑과 발렌시아가도 즐겨 입는다.

CHB 랑방, 마크 제이콥스, 끌로에, 미쏘니를 좋아한다. 하지만 디자이너 브랜드만 고집하진 않는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값비싼 옷으로 입는 것만큼 우스꽝스러운 것도 없다!

V 패션에 대한 조언을 한다면?

CHI 전신 거울을 사라는 것 꼼꼼히 자신의 옷차림을 저울에 비춰 보는 것만큼 중요한 건 없다. 전신 거울이야말로 최고의 액세서리다.